[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강정선 대구무용협회 회장 (17.08.25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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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8-30 09:1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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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선 대구무용협회장(오른쪽)이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첫손에 꼽은 장유경 계명대 교수와 함께 그들이 즐겨가는 커피숍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내며 서로의 어려움을 같이 나누는 평생지기다.
‘명사의 에너지충전소’ 인터뷰를 요청하자 단칼에 거절하던 강정선 대구무용협회장(61)이 며칠 뒤 “차나 한잔 마시자”고 했다.
“내 생활의 에너지를 어디서 충전하는지 생각해봤는데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말로 인터뷰 거절 이유를 밝힌 그에게 늘 밝고 넘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지를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강 회장은 “아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때문인 것 같다.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의기소침해 있다가도 좋은 사람, 특히 같이 예술하는 사람을 만나면 즐겁고 힘이 난다”고 했다.
강 회장을 아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즐거운 사람’이라 생각한다.
무용협회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행사장에 갔을 때 강 회장이 언성을 높이거나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웃는 얼굴상을 타고 났다”는 무용계 한 원로의 말처럼 그의 얼굴에는 웃음만이 가득하다. 마치 슬픔이나 분노는 한 번도 품어본 적이 없는 사람 같다.
그래서 보는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힘이 있다.
좋은 사람들 만나길 즐겨 늘 웃음 가득 특히 같은 예술인과 대화·교감이 큰 힘
고교 1년 후배 장유경 교수는 더 각별 가족 투병 등 힘들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
매일 보고 헤어질 때면 절로 기운 솟아 100여회 공연 매번 관람 예술적 지원군
그렇다면 이런 웃는 얼굴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의 말대로라면 그가 만나는 사람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이것이 힘이 돼 활기찬 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 이 활기가 다른 이들에게도 즐거움과 에너지를 준다.
“즐거운 일로 사람들을 만나면 당연히 그들의 좋은 에너지가 저에게 오겠지요. 하지만 고민을 상담하러온 사람을 만나도 좋은 기운이 생깁니다.
서로 대화하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은 물론 저도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이겠지요.”
이 말 끝에는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월간 일정표를 보여줬다. 몇 달치를 쓱쓱 넘기면서 보여주는데 거의 매일 두세 개, 많게는 대여섯 개의 일정이 들어차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개인적인 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구무용협회장, 대구예총 부회장으로 참석해야 하는 것이다.
행사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과 함께 공연, 전시를 보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무용인들을 만나는 시간이 유쾌하다고 했는데 대학에 다니는 젊은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열 일 제쳐두고 달려나간다고도 했다.
“앞으로의 무용활동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있고 공연의 축사를 부탁하는 친구도 있지요. 젊은 친구들이 어렵게 전화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만납니다.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고 그렇지 못하면 말로나마 위로를 해주지요. 그러면 그 친구들이 진심으로 기뻐하는데 저 역시 흐뭇합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던 강 회장은 자연스럽게 그의 평생지기인 장유경 교수(계명대 무용전공)로 화제를 돌렸다.
지역예술계에서 강 회장과 장 교수는 마치 자매 같은 단짝친구로 알려져있다. 강 회장이 나타나는 자리에는 장 교수가, 장 교수가 있는 곳에는 강 회장이 늘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40여년 전인 고등학교 때 만났다. “저나 장 교수 모두 무용특기자로 경북여고에 들어갔습니다. 1년 선후배라서 이때부터 친하게 지냈지요.
대학시절에는 둘 다 서울로 진학했으나 학교가 달라서 고등학교 때보다는 그리 자주 못봤지요. 그래도 꾸준히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1980년대 초반 우리 둘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더 친해졌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봅니다. 혹시 만날 여건이 되지 않으면 통화라도 합니다.
장 교수와 만나면 자주 가는 카페가 있는데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헤어질 때 절로 기운이 솟아나지요.”
서로를 ‘평생지기’라고 말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감탄사가 나온다. 진짜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수십, 수백의 친구가 부러울 것이 뭐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장 교수는 1980년대 초부터 개인공연을 펼쳤는데 그동안 최소 100여회의 공연을 했다. 이 공연에 강 회장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간혹 개인적인 일로 인해 빠질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장 교수의 공연에 갈 수 있는 기회들이 운좋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장 교수는 강 회장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그의 공연 평가를 굉장히 신뢰한다.
두번째 인터뷰때 강 회장과 같이 나온 장 교수는 “공연을 마치고 나와서 강 회장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평가를 들으면 내 공연의 수준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공연에 대해 이것저것 구체적인 예를 들어 칭찬하면 공연이 좋았다는 의미이고, 그냥 ‘수고했어’라고 하면 공연이 별로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이 장 교수에게 쏟은 정성 만큼 장 교수도 강 회장의 일이라면 지극정성이다.
2003년 강 회장의 남편(박경우 전 경북체육고 배구 감독)이 암으로 쓰러져 6개월간 투병생활을 했을 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병원을 찾아온 이가 장 교수다.
강 회장은 “저 세상으로 간 남편이 혈육보다 더 고마워한 사람이 바로 장 교수”라고 말할 정도다. 올 3월에는 강 회장의 어머니가 쓰러져 아직까지 병원에서 투병 중인데 6개월간 장 교수는 거의 매일 병원에 오고 있다 한다.
학교 일에 공연까지 많아 바쁠 텐데도 이렇듯 성의를 보이는 장 교수가 강 회장은 너무나 고맙다.
“다음 달 중순 공연이라 정신없이 바쁜데도 출근 전이나 퇴근길에 병원을 들릅니다. 혹 출장 등으로 병원을 오지 못하면 안부전화라도 하지요.
자식도 아닌데 누가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병원을 찾겠습니까. 장 교수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친구가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란 인디언 속담이 있다. 강 회장과 장 교수를 보니 자연스럽게 이 속담이 떠올랐다. 우리가 가진 가장 귀중한 재산은 바로 진정한 친구인 것이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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